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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범인, 당시 법정서 “고문당해 허위자백”

입력 | 2019-10-08 03:00:00

“잠 못 잔 상태서 거짓말” 주장… 2, 3심 재판부 모두 수용 안해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이 붙잡혔던 8차 화성 사건으로 복역했던 윤모 씨(52)가 살인 강간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당시에 “경찰의 혹독한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진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무기수로 복역 중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최근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90년 2월 15일 선고된 윤 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씨는 2심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전혀 없는데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허위로 자백했고,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 씨의 이런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 역시 그의 상고를 기각해 윤 씨는 1990년 5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복역 도중 징역 20년으로 감형을 받은 윤 씨는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는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로 밝혀지면 윤 씨는 20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어서 과거 경찰의 강압 수사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에 살던 박모 양(당시 13세)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자 윤 씨는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박 양의 방에서 발견된 음모가 윤 씨의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윤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진술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지 약 4시간 40분 만에 범행을 자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