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그런데 미술관 이름 구겐하임은 무슨 뜻일까.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성공한 한 유대인 가문의 성(姓)이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큰 재산을 모으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성공 스토리를 잘 그려주는 가문이다. 이 가문은 19세기부터 광산으로 돈을 번, 이른바 ‘광산재벌’이다. 갱도의 가장 끝인 ‘막장’이란 단어가 인생의 밑바닥을 표현하듯, 가장 험한 일을 하는 광부들의 피와 땀, 때론 목숨을 대가로 얻은 재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구겐하임의 이미지가 처음엔 그리 좋을 리 없었다.
구겐하임 가문은 그러나 번 돈을 다양한 자선사업에 썼다. 미술관은 그중 하나다. 이후 구겐하임 브랜드는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남을 도와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선을 시작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사업이 계속 발전하는, 결국 ‘자신을 도와주는 일’이 된 셈이다.
서양에는 ‘악마의 눈(evil‘s eye)’이란 풍습이 있다. 누군가 부와 권력을 가지면 자연스레 그것을 시샘하는 세력이 생기는데, 그것이 악마의 눈이다. 부와 권력이 커질수록 악마의 눈도 많아져 결국에는 부와 권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악마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부적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평소 이웃 사람들에게 잘하면 악마의 눈이 사라진다고 한다.
조선시대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를 누렸다는 경주 최부잣집. 지금도 남아있는 고택에 적혀 있는 이 가문의 6가지 가훈(六訓)이 흥미롭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낡은 무명옷을 입혀라’ 등 절제와 함께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는 베풂에 관한 얘기들이다. 이런 가훈은 ‘재물은 분뇨(똥)와 같아서 한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지만,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는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 덕에 구한말 굶주린 백성들이 도적 떼로 변해 부잣집을 약탈할 때도 최부잣집은 오히려 이웃들이 나서서 지켜주었다고 한다.
자선에 관한 스토리는 동서고금 비슷하다. 자선을 많이 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또한 그들이 경영하는 기업들의 생명력이 훨씬 길다는 것도.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