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률 8월 국회 본회의 통과
지난해 10월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인 ㈜경성시험기에서 기업 현장교사가 학습근로자에게 기계부품 측정법을 설명하고 있다. 2014년 도입한 일·학습병행제는 5년간 누적 참여 기업 및 학습근로자가 각각 6.7배, 26배 늘어나는 등 한국형 도제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그런 이 씨에게 정부 일·학습병행제 참여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회사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그에게 필요한 실무교육을 제공했다. 실무자가 담당하는 이론교육은 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유용했다. 훈련비를 비롯한 인센티브도 지급돼 배움의 한 동력이 됐다. 이 씨는 이렇게 배운 내용을 토대로 사내 공정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회사로부터 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야간대학교에 진학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역량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 유럽 도제(徒弟)제도, 한국 현실에 맞게 설계
이 씨 같은 청년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2014년 고용부가 도입한 일·학습병행제는 근로자가 회사와 학교 등을 오가며 현장훈련과 이론교육을 함께 이수하는 제도다. 독일 스위스를 비롯한 기술강국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도제제도를 한국 현실에 맞게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부는 회사에 훈련과정 개발비와 학습도구를 지급한다. 훈련비용과 월 40만 원 한도의 훈련지원금, 기업현장교사수당도 지원한다. 인적자원 개발에 힘쓰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부담을 일·학습병행제가 덜어주는 셈이다.
2017년 설립해 직원 25명 전원을 일·학습병행제에 참여시킨 디에스엠이정보시스템㈜은 직원 훈련과정과 인프라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정부 지원에만 안주하지 않고 학습근로자에게 자기계발비, 외부평가 합격수당을 지급하며 업무능력 개발을 독려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신생 기업에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일·학습병행법도 8월 국회 통과
2014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후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기업과 학습근로자는 꾸준히 늘었다. 시행 첫해 1897개소에 불과했던 참여 기업은 올 6월 기준 1만4599개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참여 학습근로자는 3154명에서 8만5395명이 됐다.
일·학습병행법은 참여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학습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에 따라 고용부 장관은 회사의 경영 능력과 시설, 장비, 기업현장교사로 투입할 인력 등 제반 상황을 점검한 뒤 우수 기업을 학습 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한다. 또 학습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야간 및 휴일의 도제식 현장 교육을 금지하게 됐다.
이 법은 일·학습병행 과정 이수자가 평가를 거쳐 국가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업주에게는 외부 평가에 합격한 학습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의무가 부과된다. 동종 및 유사 업무 종사자와 학습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역시 담았다. 일·학습병행법은 하위법령 제정 절차를 거쳐 공포일로부터 1년이 지난 내년 8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