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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모음 조합한 한글 자체가 예술”

입력 | 2019-10-08 03:00:00

제6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문화역서울 284’서 내달까지 열려… 22개국 127개팀 작품 한자리에




자모를 조합해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한재준의 ‘한글씨알 고무판 자석’(위 사진)과 ‘2019 타이포잔치’가 열리고 있는 ‘문화역서울 284’ 1층 로비.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요즘 외국 유명인사들도 한글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잘 입고 다닙니다. 한글이 굉장히 기호적이고, 형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오히려 인터넷으로 그런 사진을 보면 코믹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영문이 아닌 한글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어색해하죠.”

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개막한 ‘2019 타이포잔치: 제6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 만난 진달래, 박우혁 예술감독은 “한글이야말로 글자로 패턴을 만든다든가, 모양을 만드는 타이포 디자인을 위해 탄생한 문자”라고 강조했다.

6회째를 맞는 이 전시회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봉현)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타이포그래피 전시회. 올해는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을 주제로 전 세계 22개국, 127개 팀 작가들이 6개 섹션(만화경, 다면체, 시계, 모서리, 잡동사니, 사물들)에 다양하고 기발한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장에는 글자와 숫자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옷걸이, 가구, 문구, 액세서리, 장난감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또한 각국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활자의 숲’ ‘활자의 터널’이 있고, 서체 디자인이 굵기에 따라 형태가 자동으로 변화되는 ‘배리어블 폰트’ 신기술이 마치 춤추는 듯한 영상처럼 펼쳐진다.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만화경’ 섹션. 3면이 거울인 원통 속에 색종이나 셀룰로이드를 집어넣은 만화경을 움직이면 천변만화하는 아름다운 형태를 볼 수 있듯이, 점 선 면의 요소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소개한다.

“타이포그래피의 핵심은 ‘조합’입니다. 기본적인 알파벳 20∼30개를 이리저리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활자에서 활은 ‘살 활(活)’입니다. 서로 떼어진 글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죠. 이렇게 자음과 모음이 건축적으로 아름답게 쌓이고, 해체되고, 다시 모이는 글자는 한글이 대표적입니다.”

박 감독은 “한글은 자모를 만들 때도 기본적인 것을 만들고, 다시 조합하고 변형해서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ㄲ’은 ‘ㄱ’을 두 개 붙인 것이고, ‘ㅋ’은 ‘ㄱ’에 가로획을 덧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보면 ‘모아서 쓴다’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렇듯 사용 매뉴얼까지 완벽하게 나와 있는 언어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3일까지 무료 관람. 이달 9, 19일 오후 2시에는 전시에 참가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이 나오는 토크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