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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거둔 손흥민 “평양 놀러가는 게 아니다”

입력 | 2019-10-08 03:00:00

스리랑카-북한전 앞둔 대표팀 합류
“축구엔 약체 없기에 팀 성적 걱정… 월드컵 진출 걸려 마음 무거워
동료 도와주는 상황 만들고 싶어”
첫날 훈련 김신욱 움직임 활발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강인, 황희찬, 최태욱 코치, 김신욱(왼쪽부터)이 7일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 최근 소속팀 잘츠부르크에서 눈을 다친 황희찬은 고글을 낀 채 훈련을 했다. 파주=뉴스1

“월드컵을 나가느냐 못 나가느냐 하는 상황이다. 마음이 가벼울 수는 없다.”

표정은 밝았지만 말에서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7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한 뒤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손흥민(27·토트넘·사진)은 공식 인터뷰가 시작되자 표정부터 달라졌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스리랑카와, 15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치른다. 스리랑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2위, 북한은 113위다. 37위 한국보다는 한 수 아래 전력으로 예상되지만 손흥민은 “축구에 약체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손흥민의 이 같은 발언에는 최근 소속 팀에서 겪었던 상황들이 녹아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이어졌던 골 가뭄을 극복하고 이번 시즌 3호 골까지 성공시켰지만 토트넘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2일 런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그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도 팀의 2-7 대패를 지켜봐야 했다. 지난달 25일 영국 콜체스터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부 팀인 콜체스터를 맞아 후반 교체 출전했지만 승부차기 끝에 충격 패를 떠안았다.

손흥민은 “축구는 혼자만의 스포츠가 아니기에 팀 성적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팀을 월드컵에 진출시키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에 거기에 차근차근 맞춰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처음 가는 평양 방문의 느낌을 묻자 “우리는 놀러 가는 게 아니다. 대표팀 선수로서 오직 경기 생각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에 들어간다.

손흥민은 지난달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예선에서 후방으로 내려가는 플레이가 많았던 데 대해 “(상대의 집중 수비를 끌고 내려가) 동료 선수들에게 공간을 많이 내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플레이라고 생각했다”며 “동료들을 도와주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휘로 진행된 첫날 훈련에서는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빠른 패스와 드리블을 쉴 새 없이 이어가는 훈련이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손흥민 등 일부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활발한 움직임으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31·196cm·상하이 선화)이었다. 김신욱은 소집일인 7일보다 훨씬 이른 이달 초부터 NFC에 ‘자원 입소’해 개인 훈련을 해 왔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의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지만 김신욱도 우리 팀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