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제 활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민생 경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두 달째 정국을 붙잡고 있는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도다. 전날 광화문과 서초동의 두 집회와 관련된 메시지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급은 당분간 그만 하고 앞으로 경제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악화된 경제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부 탓보다는 대외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문 대통령은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꼽았다. 문 대통령이 경제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달 16일 수석·보좌관 회의 이후 약 3주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민간의 활력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과의 소통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일자리 등 일부 지표 개선을 부각하며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만에 하나 입법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시행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국회의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법률 통과 이전이라도 하위 법령의 우선 정비, 적극적인 유권해석과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도 조 장관 논란 등으로 국회의 공전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 입법 지연을 거듭 언급한 것은 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소득주도성장 심판론 등 경제 정책 실패 공세에 나선 가운데 국회 책임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民富論)’ 입법 세미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경제가 난치를 넘어 불치병으로 가고 있다”며 “성장 없는 분배는 망국으로 가는 길로 지금 우리는 베네수엘라처럼 그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급행열차를 탔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메시지를 시작으로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경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뉴욕 방문 등으로 잠시 중단됐지만 기업 현장 방문 등 경제 활력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