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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국 블랙홀 두 달, 대한민국이 실종됐다

입력 | 2019-10-09 00:00:0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조국 사태가 촉발된 지 오늘로 두 달이 됐다. 그동안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와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 장관이 물러나야 할 사유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조 장관과 청와대가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퇴진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한민국은 조국 블랙홀에 휩쓸려 들어갔다. ‘조국 퇴진’ 대 ‘조국 수호’ 진영 대결로 온 나라는 두 동강 났고, 길거리 군중 세 대결로 여론을 좌지우지하려는 후진국형 광장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국 사태 두 달 동안 정치 경제 안보 등 온갖 국정 현안과 이슈들이 실종됐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란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그대로 놔둔 채 뒤틀린 궤도를 바로잡을 순 없다. 이 모든 비정상 사태의 근본 원인은 상식도 도의도 외면한 조 장관의 터무니없는 버티기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어둔 채 민생을 외친다 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민심의 ‘불가’ 판정을 받은 조 장관 사퇴가 민생정치를 복원하고 지긋지긋한 조국 사태를 끝내는 첫걸음이다.

조 장관은 어제 검찰개혁 추진방안 브리핑을 갖고 검찰 특수부 축소·폐지와 장시간 조사 금지 등을 발표했다. 국회의 법령 개정 이전이라도 시행 가능한 자체 개혁안을 서둘러 내겠다는 취지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런 개혁안의 첫 수혜자가 대부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과 가족인 점에 많은 국민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조 장관이 내놓은 검찰 개혁안의 초점이 조 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 견제에 맞춰진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경쟁하듯이 급조된 듯한 검찰 개혁안을 따로따로 발표하는 것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 개혁의 본령은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비대해진 검찰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맞춰 국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중심으로 제도적·법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도 그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의 결정에 따르면 된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어제 검찰의 3차 조사를 받았고, 조 장관의 동생은 강제 구인됐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검찰은 털끝만큼의 오해의 소지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수사에 만전을 기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가 조국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이 제 궤도로 복귀하는 분수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