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 터키의 쿠르드 탄압 눈감으려다 “러시아-이란에만 이로운 결정… IS 등 테러집단 관리에도 불리” 공화당내 비판 커지자 입장 바꿔… 터키 언론 “접경지 美 철군 시작”
트럼프 배신에 성난 쿠르드족 7일 시리아 북동부 라스알아인에서 쿠르드족 주민들이 터키의 시리아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수막에는 아랍어와 터키어 등으로 “우리의 땅에 적과 이방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글이 적혔다. 이들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켜 터키의 쿠르드족 탄압을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을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 퇴치 때 쿠르드족을 이용한 후 효용이 떨어지자 배신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라스알아인=AP 뉴시스
하지만 터키 언론은 8일 미군이 터키 접경지인 시리아 북부 텔아비야드와 라스알아인에서 철군을 시작했고, 터키군이 조만간 이 지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이 자국 쿠르드족과 연합해 분리 독립을 추진할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무역협상 기자회견에서도 “터키와 쿠르드 중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며 “시리아에는 미군이 50명이 있고 그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도 ‘미국인이 다치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의 (군사)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터키 측에 일방적 군사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쿠르드족이 중심인 시리아 반군 시리아민주군(SDF)은 지금도 약 2만 명의 외국인 IS 가담자를 포로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쿠르드족을 버리면 IS 가담자들의 관리도 어려워진다. 미국과 유럽은 IS 가담자들이 풀려나면 본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벌일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쿠르드족은 2013년부터 IS 격퇴를 위해 미군과 함께 싸워왔다. IS와의 전쟁에서 숨진 사람만 1만여 명. 이들은 필요할 땐 부리다 효용 가치가 떨어지니 내팽개치는 트럼프식 ‘토사구팽’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SDF는 7일 “미국은 터키의 군사작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다. 전일 백악관 발표는 SDF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이자 그간 이곳에 구축한 평화와 안보를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가디언은 이미 국경 지역 쿠르드족이 탈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