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강서고 학생들의 한글 사랑
‘우리말 다듬기 대회’를 비롯한 한글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강서고의 국어 교사들과 학생들이 7일 직접 만든 한글 교재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강서고에서는 1, 2학년생이 모두 참여하는 백일장 행사가 열렸다. 정해진 시제에 맞춰 시나 산문을 짓는 백일장은 한글날(9일)을 전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개최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백일장뿐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를 10년 가까이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2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돼 외래어와 비속어,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우리말 다듬기 대회’는 학생들의 호응이 큰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팩트체크’와 ‘스포일러’라는 공통 단어와 각자가 선택한 단어 3개 등 5개의 단어를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1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신문과 방송 기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팩트체크’는 학생들의 고민을 거쳐서 거짓거르기와 ‘참가리기’ 같은 쉬운 말로 다시 탄생했다.
대회에 참여한 2학년 이영서 양(17)은 “어떤 말을 우리말로 고쳐볼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외래어를 쓰고 있고 또 우리말이 너무 오염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에서는 ‘광클’ ‘노답’ ‘띵작’ 같은 정체불명의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눈에 띄기도 했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유상균 교사(41)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감 날 자정 직전에 결과물을 낼 정도로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고민을 국립국어원이 상시로 진행 중인 우리말 다듬기 행사와 연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의 창제원리를 알 수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는 외부강사 초청 특강을 개최하고 우리말 겨루기 대회 등도 개최한다. 한글 연구에 나선 교사들이 2013년에는 ‘함께 떠나는 한글여행’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학교 오세호 교사(51)는 “학교에서 매년 외국 교환학생을 받는 등 국제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안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