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방영 25주년을 맞은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X세대를 대변하는 프로그램으로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출처 ‘프렌즈’ 페이스북
구가인 국제부 차장
이와는 달리 미 주류 정치권에서 X세대의 활약은 미약하다. 프렌즈와 90년대 문화를 회고하는 기사가 미 언론에 쏟아졌던 최근 X세대 정치칼럼니스트 피터 바이너트(48)는 애틀랜틱지 10월호에 ‘대통령직은 X세대를 건너뛰었나?’라는 글을 실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 정치의 주류는 이들의 선배 격인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다. 60년간 미 대통령은 2개 세대가 장악했다. 20세기 초 태어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른바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1900∼1924년생)’는 존 F 케네디가 1960년 43세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약 30년간 백악관을 차지했다. 1992년 베이비부머 출신 빌 클린턴이 46세로 대통령이 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946년생)까지 30년 가까이 베이비부머가 대통령을 맡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61년생)도 베이비부머 막내에 속한다.
해석은 분분하다. 고령화와 인구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학적으로 X세대는 ‘낀 세대’다. 2017년 기준 미국의 X세대는 6550만 명 정도. 베이비부머는 725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밀레니얼(1981∼1996년생)은 7200만 명이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가 자기 또래 정치인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가 많은 세대의 정치인은 자신의 세대가 공감할 정책과 어젠다 발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차차기 대선인 2024년에는 오히려 X세대 정치인 대신 밀레니얼 출신 정치인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밀레니얼인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은 초선임에도 중진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다. 즉 X세대는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X세대 정치인이 힘을 못 쓰는 데는 이들이 겪은 정치적 경험도 한몫했다. 1980∼1990년 성년이 된 X세대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영향을 주로 받았다고 바이너트는 설명한다. 베이비부머는 베트남전의 유산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며 정치 커리어를 쌓아 왔다. 하지만 X세대는 레이건의 보수주의와 클린턴의 자유주의 사이에 벌어진 싸움에 익숙해 노선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배출한 지금의 공화당 지지층은 과거와 다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이민개혁법을 통과시켜 불법 체류자 300만 명을 사면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에 사활을 건다. 민주당 지지층은 좀 더 좌편향됐다. 과거의 정책들이 지금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니 레이건과 클린턴의 이념적 자식인 X세대 정치인은 이념적 수정을 요구받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프렌즈는 높은 조회수를 올렸다. 하지만 일부는 백인 위주 구성, 동성애 차별 등 ‘구시대적 요소’를 불편해한다. 과거만큼 재밌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때는 ‘쿨’했지만 지금 잣대론 미적지근하다. X세대 정치인이 고전하는 이유다.
구가인 국제부 차장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