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Z 침범’에 이례적 현장 송환… 아베 “불법조업 확인되지 않아” 자민당 “연행해 조사했어야” 지적… 日정부, 北과 관계개선 겨냥한 듯
7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북서쪽 해상에서 일본 수산청 소속 어업단속선 ‘오쿠니’와 북한의 대형 어선이 충돌한 후 구명정에 탄 수산청 관계자들(오른쪽)이 침몰한 북한 어선의 승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어선의 승선원 60여 명을 전원 구조했고, 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동해=AP 뉴시스
8일 NHK 방송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참의원에서 전날 수산청이 북한 승선원들을 조사하지 않고 북한 선박에 인도한 것을 지적받자 “북한 어선의 불법 조업이 확인되지 않아 (북한 승선원들의) 구속 등 강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민당도 이날 수산청 간부를 불러 “국내로 연행해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곧바로 돌려보낸 것은 저자세”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북한은 사고 해역을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고 침몰한 어선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대화가 끊어진 일북(북-일) 관계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베이징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의 내용, 북한 측 반응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총리가 이번 사고를 확대시키지 않고 마무리해 북-일 대화의 실마리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북한 문제에 정통한 언론인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씨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 목선(木船)이 표류해 일본까지 떠내려 온 횟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의식한 북한 측이 소형 목선 대신 북한 군 및 노동당 산하 선박을 보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7일 침몰한 북한 어선은 약 60명이 탑승한 대형 선박이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전제한 뒤 “국제법에 근거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는 계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을 또다시 한국 측에 돌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