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10주년 맞은 ‘트리오 오원’… 최근 데카 레이블로 음반 발매 죽음-시대적 아픔 예술로 승화한 차이콥스키 등 작곡가 3인의 곡 1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연주
‘트리오 오원’은 내년에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전곡 연주에 나설 계획이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샤를리에, 피아니스트 스트로세, 음반 해설을 맡은 필립 블록, 첼리스트 양성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원(吾園)은 19세기 조선 화가 장승업의 호(號)다. ‘트리오 오원’은 프랑스인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으로 구성된 3중주단이다. 장승업의 예술세계에 공감해 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 한국과 프랑스의 멋을 이어온 세 사람이 결성 10주년 기념앨범으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19세기 거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곡과 20세기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3중주곡 2번, 폴란드 출신 소련 작곡가 바인베르크의 3중주곡을 수록한 새 앨범은 최근 데카 레이블로 발매됐다.
“왜 러시아냐고요? 처음엔 우연이었죠.”
“세 3중주곡 모두 ‘애도’를 담았죠. 차이콥스키는 스승 루빈시테인의 죽음에 부쳐 작품을 썼고, 쇼스타코비치 3중주곡 2번에는 그에게 말러의 교향곡을 소개한 지인 솔레르친스키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 연주자의 친구이자 이번 앨범 해설을 맡은 음악학자 필립 블록(옥스퍼드대 러시아 인문학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쓴 바인베르크의 곡은 나치와 스탈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1919년생인 바인베르크는 올해 탄생 100주년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탄생연도가 같죠. 한편으로 슬라브인과 한국인은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갖고 있어요.”(양성원)
차이콥스키의 곡은 슬픔에 잡아먹힐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 속에서도 스승과의 추억들을 묘사한다. 쇼스타코비치와 바인베르크의 곡은 소련 정권 아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이상한 빛’과 같은 희망이 엿보인다고 스트로세는 설명했다.
“차이콥스키 3중주를 초연한 음악가들도 러시아인, 체코인, 독일인으로 짜인 ‘다국적 팀’이었고 프랑스어로 토론하며 연주를 준비했죠. 그렇게 완벽한 러시아의 비애를 표현했습니다.”
트리오 오원이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3중주곡 서두는 스승의 부고를 듣고 울며 달려가는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진한 풍경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한국 청중에겐 생소할 수 있는 바인베르크의 3중주는 귀를 잘근 씹는 듯한 차진 리듬이 독특한 쾌감을 전해준다.
트리오 오원은 다음 달 18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음악회 ‘10년의 울림’을 연다. 차이콥스키의 3중주곡 외에도 세 연주자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한 프랑스 인상주의 대가 라벨과 드뷔시의 3중주곡도 연주한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