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바이 스텝.’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가짐이다. 스리랑카도, 북한도 모두 존중한다. 9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스리랑카전 공식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방심하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전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통산 11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H조)을 다시 시작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스리랑카와 경기도 화성에서 홈 2차전을 갖는다. 15일 평양에서 북한과 원정 3차전을 펼친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이달 2연전을 싹쓸이해 최대한 여유롭고 순탄한 여정을 이어간다는 의지다. 다음 달 레바논 원정 4차전까지 잘 마무리하면 내년 6월까지는 홈경기가 많아 안정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소집훈련을 시작한 7일 “공격적인 부분을 살려야 한다. 심플한 경기운영과 정교한 움직임, 패스와 슛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이기는 축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황의조-황희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전방 삼각편대
스리랑카와 북한은 단단한 뒷문구축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상 조에서 가장 앞선 만큼 집중견제는 불가피하다. 상대의 ‘늪 축구’를 이겨내야 한다.
다행히 대표팀은 화려한 공격진을 보유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필두로,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있다. 최근 경기력이 좋다. 토트넘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악의 하향곡선을 그려왔으나 손흥민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했다. 지난달에만 2골·2도움을 올려 EPL 9월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승점 3을 위한 총력전에서 삼각편대가 빠질 수 없다. 벤투 감독은 스리톱을 기반으로 한 원 톱부터 투 톱까지 다양한 조합을 고민하고 있으나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시간이 부여될 것은 자명하다. 손흥민이 깊숙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흔들고, 황희찬이 공간을 파고들면 황의조의 마무리 능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김신욱. 스포츠동아DB
● 아시아 폭격기
호출 명령을 기다리는 이는 또 있다. ‘장신(197.5cm) 골게터’ 김신욱(상하이 선화)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그만한 스트라이커는 찾기 어렵다. 심플한 공격에 그 이상의 카드도 없다.
김신욱의 강점이 오직 피지컬과 제공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온 몸이 무기다. 그런데 짧은 출전시간이 아쉽다. 후반 막판 투입이 이뤄지면 호흡이 채 트이기도 전에 종료휘슬이 울린다. 투르크 원정에서도 그는 후반 37분에야 출전해 딱히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 활용법’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신욱의 특징과 장점을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하고, 본인도 팀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 두 번째 소집에 임한 김신욱은 만족스러운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