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에 전시된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의 ‘평화의 소녀상’. © 뉴스1
9일 오전 9시40분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 전시 관람 당첨자를 확인하는 사람들. © 뉴스1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 전시장 입구. © 뉴스1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글들. © 뉴스1
9일 오전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보던 관객 35명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돼 있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가 제작한 이 소녀상은 작은 소녀상과 함께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일부 관객들은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보기도 했다. 20~60대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의자에 앉아 자세를 취했다.
한 50대 남성은 소녀상의 주먹 쥔 손을 조심스레 감쌌다. 팔을 쓰다듬기도 했다.
20대 여성은 소녀상의 자세와 똑같이 주먹 쥔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잠시 앉아 있었다.
30대 일본 남성은 1분 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소녀상을 지켜보기도 했다.
전시를 본 한 50대 일본 여성은 “‘소녀상’의 손을 잡았는데 따뜻함이 느껴졌다”며 “그 옆 빈 의자에 앉아보니 그 아픔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녀상’을 볼 수 있었던 건 8월1일 시작돼 일본 우익의 위협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던 기획전이 65일 만에 재개됐기 때문이다.
전날인 8일 단 60명만이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35명씩 6차례 총 210명에게 관람이 허가됐다. 안전을 위해 관람객 수를 제한한 것이다.
이날 관람한 관람객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나와 추첨에 참여해 당첨된 사람들이었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번호표를 받았고, 추첨을 통해 운 좋게 35인 안에 포함돼 전시를 보게 됐다.
이들은 우선 기획전 관련 내용이 담긴 13장짜리 안내문을 전달해 무슨 전시인지 알 수 있게 했다. 35인 모두 이를 정독하며 차분히 입장을 기다렸다.
11시25분이 되자 관계자는 35인을 2열로 세운 뒤 전시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안에는 하나의 관문이 또 있었다. ‘소녀상’ 등이 전시된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속탐지기로 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뒤에는 “소셜미디어(SNS)에 이 전시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올리지 말라(전시가 열리는 동안만)”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앞서 이같은 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도 제출한 상황이었음에도 민감한 사항이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
우익 세력 등의 테러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이미 관객 수까지 조절한 상황에서 다소 과한 조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여러 절차를 거친 35인은 전시장을 가로막은 흰 천을 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기획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과거 정부나 극우 인사들의 압박에 의해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것들이었다.
전시장에는 한일 양국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평화의 소녀상’뿐만 아니라 안세홍 작가의 위안부 피해자 사진 등과 임민욱 작가의 ‘아듀 뉴스’, 재일조선인 조연수의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될 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쇼와 일왕(히로히토)을 다룬 일본 작가들의 작품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 벽에는 이번 기획전을 응원하는 관람객들이 남긴 글도 붙었다. 관객들은 이를 하나하나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했다.
다시 돌아온 소녀상은 오는 14일 아이치트리엔날레 폐막과 함께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일본 우익세력 등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과 일본 시민, 지식인,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단 1명이라도 더 소녀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나고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