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 총리의 단시간 회담도 검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즉위식은 근 30년 만에 열리는 일본의 국가적 경사로, 직전 1990년 아키히토(明仁) 왕 즉위식에는 강영훈 당시 총리가 참석했다.
한일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 총리의 즉위식 참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이웃의 경사(慶事)를 축하하는 미덕을 보이고 새 일왕의 탄생을 기뻐하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본통(通)인 이 총리는 지난해 3월 참석한 브라질 물 포럼에서 왕세자 시절의 나루히토를 만나 환담했다. 국회의원 시절 아베 당시 관방부(副)장관과도 수차례 만난 바 있다. 이 총리는 2017년 9월 나루히토 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번에 생전양위를 마친 그를 초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일 간에는 앞으로도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다. 7월 4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경제 갈등은 모레면 100일이 된다.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큰 방향으로 잡아 대처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국제 분업 관계와 부품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치고 한일 경제 모두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 다음 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일을 맞고, 조만간 일제 징용배상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닥칠 경우 양국 관계는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