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치료하면 나을수 있는 병이지만 입원과 퇴원 시 내는 약값 차이 때문에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40대 초반의 조현병 환자 이모 씨에게 조현병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한 그는 업무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갈등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는 피해망상과 환청에 시달렸다. 결국 10년 이상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조현병 의료급여 환자로 살아왔다. 의료급여는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국가가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제도다. 조현병은 질환 특성상 의료급여 환자가 전체 조현병 환자의 45%에 달한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렸으나, 병명이 내재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현악기의 줄을 고르지 못한다’는 뜻의 ‘조현병’으로 질환명이 개정됐다.
다행히 이 씨는 올해 6월부터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정액수가 중 약제비가 분리청구로 전환되면서 효과 좋은 장기지속형 치료제 혜택을 받게 됐다. 그동안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는 입원 시 약제비를 포함해 입원비, 식비, 검사비 등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일당정액수가인 5만1000원 내에서 모두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퇴원한 뒤가 문제였다. 정기적인 외래치료를 시작한 이 씨는 퇴원 뒤 생활이 괜찮겠느냐는 담당 의사의 질문에 저렴한 약으로 바꿔도 괜찮은지 물었다. 입원 때 장기지속형 치료제 덕분에 증상이 많이 호전됐는데, 퇴원 뒤 동일한 약을 사용하려니 비용이 부담되고, 처방약을 변경하려니 증상이 재발해 또 입원을 하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일까.
의료급여 입원환자에 대해 일당정액수가 개정으로 약제비가 분리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간 수가로 인해 입원치료에 한계를 느꼈던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에 한걸음 더 다가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모든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원 시엔 비용이 없다가 증상이 호전돼 외래치료를 받으면서 본인 부담이 생긴 것 때문이다.
외래 시 들어가는 약값이 의료급여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부담하는 병원비의 12.5∼25배에 달해 치료를 고민할 정도로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한다. 환자들은 이런 치료비 부담 때문에 퇴원 뒤 장기지속형 치료를 포기하면서 치료의 연속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애로를 호소한다. 심지어 입원하면 추가 본인 비용이 없다 보니 퇴원을 꺼리는 경우도 생긴다.
조현병 치료에서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된 경구용 약물들은 매일 1, 2회씩 복용해야 하는데, 실제 조현병 환자의 74%가 수개월 내에 다양한 이유로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했고, 이런 복약순응도 문제는 증상의 재발과 재입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복적 재발은 뇌 구조의 변화, 인지기능의 저하 등을 초래하고 치료 성공률을 떨어뜨려 환자들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치료의 연속성이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 조현병 환자들의 재발을 방지하고 일상으로 복귀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급여 외래환자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이 꼭 선행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 환자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환경 조성이 덜 된 상황에선 더욱더 그렇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