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표된 7월 1일, 정부 주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혜령 경제부 기자
관장 부재 시 대신할 도쿄 부관장도 자주 자리를 비웠다. 일본 수출 규제가 발표된 7월 1일에는 반반차(2시간짜리 휴가)를 냈고 12일에도 연차를 내 주말과 바다의 날 공휴일까지 나흘 연속 쉬었다.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해 양국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8월 22일 무렵에도 무역관장들이 대거 자리를 비웠다. 일본본부장은 8월 22일과 23일에 연차를 썼고 도쿄 부관장은 22일 반차를 냈다. 나고야무역관장은 금요일인 23일 반차를 냈다. 오사카무역관장은 22일 반반차와 반차를 낸 뒤 23일에 연차를 냈다.
휴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책을 세우려면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역 최일선에 있는 KOTRA가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할 만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정부 대책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산업부는 초기에 현지 기류를 파악하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OTRA는 자신들의 존립 이유와 관련해 ‘고객과 국가의 무역투자 진흥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수출 규제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였던 때 국내 기업들은 KOTRA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무역관장들의 공백 때문에 KOTRA가 공언한 ‘무한 책임’이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혜령 경제부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