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가결땐 年 1314억 절감… 프랑스도 정원 25% 줄이기로 “효율 증가” 주변국 확산 가능성
이탈리아 의회가 의원 수를 현행 945명에서 600명으로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의원의 25%를 줄이는 법안이 추진되는 등 유럽 내 국회의원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8일 상·하원 의원 정수 개정안을 표결했다. 하원의원 수는 630명에서 400명으로, 상원의원 수는 315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게 주요 골자다. 표결 결과 찬성 553표, 반대 14표로 법안이 가결됐다.
의원 수 감축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함께 지난달 새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주도하에 추진됐다. 오성운동은 평소 “이탈리아의 상·하원 의원 수는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의정 시스템 효율화, 나아가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해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 외교장관은 의원 감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이탈리아 역사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국회의원 정원을 25%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내각은 8월 국무회의에서 하원 정원을 현행 577명에서 433명으로, 상원은 현행 348명에서 261명으로 줄이는 정치개혁법안을 의결했다.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2년부터 하원의원의 20%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의원 감축안은 이달부터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의원 수 감축이 유럽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상·하원 이중 구조로 된 유럽 의회 특성상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법 개정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효율성만 따져 의원 수를 줄이면 민주국가의 근간인 대의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