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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 줄이는 유럽… 伊 945명→600명 추진

입력 | 2019-10-10 03:00:00

최종가결땐 年 1314억 절감… 프랑스도 정원 25% 줄이기로
“효율 증가” 주변국 확산 가능성




이탈리아 의회가 의원 수를 현행 945명에서 600명으로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의원의 25%를 줄이는 법안이 추진되는 등 유럽 내 국회의원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8일 상·하원 의원 정수 개정안을 표결했다. 하원의원 수는 630명에서 400명으로, 상원의원 수는 315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게 주요 골자다. 표결 결과 찬성 553표, 반대 14표로 법안이 가결됐다.

의원 수 감축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함께 지난달 새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주도하에 추진됐다. 오성운동은 평소 “이탈리아의 상·하원 의원 수는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의정 시스템 효율화, 나아가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해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 외교장관은 의원 감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이탈리아 역사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하원은 조만간 해당 법안을 반영한 헌법 수정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헌법 수정안까지 가결되면 국민투표 절차가 진행된다. 이어 과반의 찬성을 얻어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차기 의회가 들어서는 2023년부터 줄어든 의원 수가 적용된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의원 수가 1.6명이다. 의원 감축안이 확정되면 10만 명당 1명으로 줄어든다. 세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이 연간 1억 유로(약 1314억 원) 절감될 것이라고 오성운동은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역시 국회의원 정원을 25%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내각은 8월 국무회의에서 하원 정원을 현행 577명에서 433명으로, 상원은 현행 348명에서 261명으로 줄이는 정치개혁법안을 의결했다.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2년부터 하원의원의 20%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의원 감축안은 이달부터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의원 수 감축이 유럽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상·하원 이중 구조로 된 유럽 의회 특성상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법 개정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효율성만 따져 의원 수를 줄이면 민주국가의 근간인 대의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