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맴도는 중도입국 청소년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제공
서울의 한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센터를 찾은 A 양(16)이 교사에게 말했다. A 양은 지난해 6월 베트남에서 엄마와 함께 한국에 왔다. 한국 학교에 입학하고 싶지만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준비할 서류가 복잡한데다 부모도 A 양의 학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A 양은 한국인 양아버지가 불편해할까 봐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도 숨겼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입국한 아이를 말한다. 외국에서 주로 성장한 청소년이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 7214명이었던 중도입국 청소년은 지난해 1만972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는 A 양처럼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다. 아이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협조가 중요하다. 부모가 꼼꼼하게 준비한 서류 없이는 신분 증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B 군(13)도 지난해 6월 엄마를 따라 한국에 왔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다. 부모가 바쁜 경제활동 등으로 B 군의 학업에 제대로 관심을 쏟지 못하기 때문이다. B 군은 현재 중도입국 청소년을 돕는 민간센터에서 하루에 한국어 교육 4시간, 예체능 교육 2시간을 받고 있다.
해외에 살다 온 학생은 직접 학교에 입학을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학교는 중도입국 청소년 입학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국적의 C 양(15)은 2017년 8월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다.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지난해 초부터 학교를 알아봤다. 하지만 연이어 입학을 거절당했다. 한 학교는 중국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또 다른 학교는 중국 학생 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C 양의 입학을 거부했다. 아이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뒤늦게 입학을 허용해준 학교를 찾았지만 이미 아이는 학업에 대한 의지를 잃은 뒤였다.
○ 통계에도 없는 아이들
지난해 8월 전남 장성군 국립장성숲체원에서 청소년들이 편백나무 방향제를 만드는 모습.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제공
결국 이들을 보살피는 건 주로 민간기관이 맡는다. 서울 영등포구 서울온드림교육센터가 대표적이다. 센터는 2015년 9월부터 취학 전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해 한국어와 수학, 영어 등 교과목을 가르친다. 개인별로 사회 적응이나 교육 상담도 진행한다. 서울시가 매년 시설 임대료를 지원하고 기업 등의 후원도 받는다. 하루 평균 160여 명이 센터를 찾는다. 김수영 센터장은 “학교에 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도입국 청소년이 정말 많다. 입학 전 청소년들을 위해 부모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부모 관심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제때 학교에 입학하려면 결국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부모는 입학서류 준비부터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기관이 제도 개선 등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국 국적을 가진 청소년의 경우 국내 학교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이전 학교의 졸업·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출생증명서·호구부) △예방접종수첩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모든 서류에는 이름, 생년월일 등 기본 인적사항이 포함돼야 한다. 졸업·재학증명서에는 입학연월일, 졸업(재학)연월일이 기재돼야 한다. 성적증명서는 이전 학년의 학기·과목별 성적이 적혀 있어야 한다. 해당 국가의 외교부 인증과 한국영사관 인증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로 된 서류는 모두 번역·공증이 필요하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