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 위해 방한 美시인 포러스트 갠더
포러스트 갠더는 “학부 때 지질학을 전공해 큰 밑그림부터 세밀한 조각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탐색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점이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제공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질문에 기자가 더 많이 답변해야 했다. 올해 시 부문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포러스트 갠더(63)가 최근 ‘2019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7일 만난 그는 한국의 시, 특히 여성 시인들의 작품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스페인 멕시코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로도 활동 중인데, 여성 문학은 번역에서조차 소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는 시대와 사회를 기민하게 반영하기에 비영어권 여성들의 자각을 담은 작품은 더욱 널리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돈미 번역가가 김혜순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한국 여성들이 억압 받는 현실을 전혀 몰랐을 겁니다.”
“아내를 잃고 심연에 뻥 뚫린 구멍을 더듬으며 글을 썼습니다. 새삼 사랑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이란 걸 깨달았죠. 21세기를 사는 인류의 소명은 타인과의 공존, ‘비 위드’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태생과 동시에 어렵다는 반응에 시달려왔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진 요즘에는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시의 자리가 더 좁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갠더는 “시는 감성과 언어를 가장 성스럽게 다루는 장르다. 시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독서 인구는 줄어들지만 시 독자는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볼거리와 소비,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도리어 시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죠. 시공을 초월하는 건 이성이 아닌 감성입니다. 언어를 직관적으로 다룬 시는 감동을 주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결국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들지요.”
그의 시집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그는 “환경 문제를 비롯해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관심이 많다. 한국 독자들이 나의 시를 통해 미국의 깊은 속살을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