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지리산어탕국수의 ‘어탕국수’.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어죽을 처음 먹는 사람이 이를 대면했을 때 표정은 대부분 썩 밝지가 않다. 요즘 음식처럼 세련되지도 않고 죽도 탕도 아닌 걸쭉하고 불그죽죽한 국물 속에 국수가 말아져 있으니 비주얼이 썩 당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어죽을 한 숟갈 떠 진한 국물을 맛보고 나면 흐뭇한 만족감이 온몸에 퍼진다. 국수면발의 녹말과 어우러진 탕국물은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매콤하고 농후한 수프 같아 편안하게 후루룩거리다 보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그동안 저수지나 큰 강의 지류가 있는 오랜 어죽 식당을 여러 곳 다녀봤다. 금강 지류의 식당 한 곳은, 지금의 여사장이 시집와 보니 남편은 노름에 빠져 있고 가난한 집안 살림에 많은 시동생을 건사해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단다. 그래서 궁리 끝에 집 근처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이기 시작했는데, 그 어죽 맛이 깊어 점점 알려지며 돈을 벌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남편도 점차 물고기 잡는 어부가 돼 식당 조력자가 됐고 건전한 생활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한다.
‘늘비식당’은 지리산에서부터 흘러온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아들과 동네에서 손맛을 알아주던 어머니가 하는 경북 산청의 오랜 어죽집이다. ‘선광집’은 금강을 끼고 있는 충북 옥천군에서 2대째 하는 생선국숫집으로 큰 대접에 나오는 깔끔한 고추장국물이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어죽을 생선국수라 부른다. 어죽을 서울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은데 합정역 인근 ‘지리산어탕국수’에서는 칼칼한 어탕국수를 판다. 어죽에 소주 반주를 하는 아저씨들도 적잖게 보인다.
○ 늘비식당=경남 산청군 생초면 산수로 1030-18.어탕국수 7000원, 어탕칼국수 9000원
○ 선광집=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1길 26. 생선국수 6000원
○ 지리산어탕국수 합정점=서울 마포구 양화로3길 23. 어탕국수 7000원, 어탕밥 7000원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