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이 있는 하천의 발원지는 한라산 백록담이다. 백록담 옆 방애오름을 휘돌아 깊은 계곡을 형성하며 해안가로 내달린다. 이 계곡은 ‘산벌른내’로 불린다. ‘산을 쪼갠 하천’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맑은 날이면 서귀포시 해안지대에서 선명히 보일 만큼 깊고 크다. 산벌른내 지하를 흐르던 물은 돈내코에 이르러 암반 틈새로 솟아오른다. 연중 물이 흐르는 곳으로 돈내코 원앙폭포는 물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산벌른내, 돈내코 등이 있는 영천은 효명사 부근에서 발원한 효돈천과 합쳐져 쇠소깍으로 이른다.
영천·효돈천은 2002년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지정됐다. 난대·한대 식물상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하천 저지대는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참식나무 등 상록수가 우점종이고 고지대에는 구상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한란, 솔잎난, 만년콩 같은 희귀식물도 자생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