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슬로워크’ 퍼포먼스… 1000명이 황금들판 느릿느릿 걸어
12일 ‘슬로워크’ 행사가 열릴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멀리 섬진강이 보이고 들판 가운데 부부송도 아름답게 서 있다. 오른쪽은 동정호다. 하동군 제공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 지리산 자락 회남재에서 내려다보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은 노란 도화지다. 가까이 고소산성에 오르면 부부송(夫婦松) 옆으로 ‘2022년 하동 야생차 세계 엑스포 유치’라는 검은 글씨와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동군(군수 윤상기)이 군민의 염원을 담아 일반 벼 속에 검은 벼를 심어 만든 작품이다.
사계절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설 토지(土地)의 무대 평사리 들판에서 ‘느림의 미학’이 펼쳐진다. 이유식 전문기업인 ㈜에코맘의 산골이유식(대표 오천호)과 협동조합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대표 조문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제1회 평사리 들판 슬로워크’를 마련한다. 부제는 ‘1000명의 슬로워커가 몸으로 그리는 대지 예술’이다. 기획은 놀루와가, 후원은 에코맘이 맡았다. 주 무대는 평사리 동정호 옆. 슬로워크와 가을 차(茶) 소풍이 주 행사다.
오전 10시 개막 퍼포먼스에 이어 1만 원을 내고 미리 신청한 1000명이 평사리 들판 7km를 느릿느릿 걷는다. 캔버스가 따로 없는 황금 들판에 1000명이 펼치는 걸음걸이는 거대한 행위예술이다. 사람 물결, 예술의 물결이 펼쳐진다.
사회적기업인 에코맘 오 대표는 “아름다운 우리의 땅에서, 우리가 작품이 되고 예술가가 되는 날이다. 함께 ‘느림’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 작가로 대표적 ‘하동 지기’인 조문환 놀루와 대표는 올 2월 평사리 들판에서 ‘논두렁 축구대회’를 열어 큰 관심을 모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