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처분-방역작업에 관광객 급감… 유료 관광지 방문객 평균 30% 줄어 강화군, 잇단 재난에 656억원 손실… 군민위로콘서트 등 지원대책 추진
태풍에 이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피해로 인천 강화도가 기력을 잃고 있다. 관광명소이지만 평일엔 개점휴업 상태인 교동도 대룡시장. 강화군 제공
“태풍 피해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강화도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어요.”
인천 강화군 내 돼지농가뿐 아니라 젓갈시장, 양식업자, 식당, 카페, 숙박업소 등 곳곳에서 시름과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9월 초 상륙한 태풍 ‘링링’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ASF 발생에 따른 대대적인 도살 처분과 방역 작업이 이뤄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9, 10월 집중적으로 열리던 지역 축제가 거의 취소되고 강화지역 유료 관광지 12곳의 방문객이 하루 평균 30%가량 줄었다.
○ 돼지 도살처분 여파
정성껏 키운 멀쩡한 돼지까지 땅에 묻은 한 농장주는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해 도살 처분에 동의했지만,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피해 농가에 생활안정자금과 생계유지비부터 지급하고 돼지 도살 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올해 말부터 줄 예정이다. ASF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는 3년간, 음성 판정 농가는 3개월까지 돼지 입식을 할 수 없다. 돼지를 다시 기르려 해도 시험 입식 뒤 검사를 통해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축산업 재개가 가능하다.
또 이 농가들은 도살 처분 이후 잠복기인 3주 동안 이동제한을 받는다. 양성 판정 농장주는 거의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을 정도다.
매몰된 FRP 통의 도살 처분 돼지들은 미생물 배합 작용을 통해 3년간의 부패 과정을 거치고 나서 가축분뇨장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된 뒤 비료용 퇴비나 소각용으로 최종 처리된다.
강화지역 50곳에 이르는 새우 양식장을 비롯해 강화 앞바다에서 생업을 잇는 새우잡이 어민, 외포리 일대의 새우젓 상인들은 9, 10월 대목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바닷가 횟집거리도 매상의 주요 품목인 대하가 팔리지 않아 울상이다. 25년 새우양식 경력의 남궁현준 씨(65)는 “태풍으로 비닐하우스 파손과 새우 몰살 피해를 입어 매출이 반 이상 줄게 생겼다”며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길목에서 이뤄지는 방역 작업으로 인해 차량이 밀리자 강화도에 오던 사람들이 되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강화군은 태풍과 ASF에 따른 직접적인 재난 피해 351억 원,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 305억 원 등 총 656억 원의 경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난으로 인해 10월 3일 개천대제, 10월 5∼13일 전등사에서의 삼랑성역사문화축제, 10월 12∼13일 새우젓축제, 10월 19∼20일 강화고려인삼축제가 취소됐다. 이 축제들이 열렸다면 외지에서 관광객 5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기대됐다.
유명 관광명소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주말엔 1000∼2000명이 몰렸으나 절반 가까이 줄고, 평일엔 개점휴업처럼 상점이 거의 문을 닫고 있다. 옛 방직공장을 레트로풍 카페로 단장해 강화지역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조양방직 카페의 매출액도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경신 강화군 안전경제산업국장은 “26일 강화공설운동장에서의 ‘군민위로콘서트’를 계기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대책을 시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