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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축구중계도 공동방역도 거부하는 北, 남북관계는 ‘소모품’인가

입력 | 2019-10-11 00:00:00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경기의 생중계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한다. 북한이 생중계를 위한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중개인을 통한 논의에서도 터무니없는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등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5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제안한 공동 방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만 해도 각종 교류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올 스톱’ 상태다. 북한은 심지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지원하려 했지만 이마저 북한의 무응답으로 끝내 전달하지 못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5월 북한에서 ASF 발병이 확인된 뒤 공동 조사와 방역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9월 ASF가 처음 발병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접경의 북한군 부대가 감염된 돼지를 강에 버려 전파됐을 가능성까지 논의되지만 북한의 묵묵부답으로 속수무책인 상태다. 정상국가라면 자국에서 발병한 바이러스의 접경국 전파를 막기 위해 먼저 나서야 마땅하지만, 북한엔 그런 최소한의 상식도 기대하기 어렵다. 평양 축구경기도 29년 만의 ‘경평(京平)축구’ 부활에 기대가 높지만 북한의 막판 태도 변화가 없다면 녹화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대미관계가 안 풀리면 남측에 어깃장을 놓으며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아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행태를 보면 북한이 그토록 강조했던 남북관계 개선이란 게 사실은 대미 협상의 지렛대였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이렇게 남북관계를 틀어막은 북한을 마냥 달래며 호응해주길 기다리는 우리 정부의 인내심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