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 또다시 많은 인파가 몰려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외쳤다. 3일 개천절에 이어 조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범보수 진영이 집회를 주관했지만 특정 단체나 진영과 무관한 듯한 평범한 시민이 더 많았다. 반면 서울 서초동에서는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요구하는 집회가 12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광장의 찬반 집회가 앞으로 수그러든다고 해도 조 장관이 계속 버티는 한 대한민국을 갈라놓은 대립의 골은 봉합되기는커녕 더 깊어질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을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는 불편한 현실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것일 뿐이다. 지금은 정치적 의견 차이 수준을 뛰어넘어 상대방을 서로 적대적 진영으로 바라보고 더 이상 합리적 토론이나 소통을 거부하는 심리적 내전(內戰)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태가 국론 분열이 아니라면 폭력 시위와 물리적 대결까지 벌어진 뒤에야 수습에 나서겠다는 말인가.
조 장관 일가 관련 의혹에 대한 언론 검증 보도와 검찰 수사 정황만으로도 그가 장관직 부적격자라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조국 사태를 놓고 벌어지는 대결은 보수-진보 진영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다. 좌파 진영 주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도 검찰 개혁은 외치지만 조국 수호 구호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심은 비상식이 상식을 짓누르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찬반으로 갈라진 조 장관 임명 관련 국민청원에 대해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은 미루고 늦출 일이 아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조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조 장관이 버틸수록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의 분노는 더 거세질 것이다.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는 것이 지면서도 이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