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무차별 총질하는 범인 9일 독일 동부 할레의 한 유대교회 인근 도로에서 극우 성향의 반(反)유대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장총을 발사하고 있다. 유대교 최대 명절 ‘욤키푸르(속죄일)’에 발생한 이번 사고로 최소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할레=AP 뉴시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7세의 한 삭발 남성(사진)이 트위치에 등장했다. 그는 영어로 “내 이름은 아논”이라며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서구 출생률 하락의 원인은 페미니즘이며 집단 이민도 문제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유대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논은 극우 웹사이트인 포챈, 에이트챈 등에서 사용자들이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는 이후 인근 유대인 교회로 차를 몰았다. 헬멧을 쓴 후 장총을 들고 예배당 정문으로 걸어갔다. 문에 총을 쏘며 진입하려 했지만 열리지 않자 지나가던 여성에게 총을 쐈다. 교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인근 케밥 가게로 가 또 총구를 겨눴다. 이로 인해 한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교당 안에 있던 70∼80명의 사람들은 문을 봉쇄하고 경찰을 기다렸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공범으로 보이는 2명은 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무차별 총격에도 사망자가 2명에 그친 이유는 예배당 안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 관계자가 무장한 남성이 총을 들고 예배당으로 향하는 모습을 건물 안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미리 본 후 모두 나서서 문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51명이 숨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에 이어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는 증오 범죄가 또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뉴질랜드 테러 용의자인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 역시 당시 사건 전모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올해 7월 미국 뉴욕주의 21세 남성이 10대 여성을 살해한 후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이를 차단하지 못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건 역시 트위치 측의 원본 삭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10여 개의 백인 우월주의 웹사이트로 퍼져 나가 상당 기간 온라인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증오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바로 삭제하고 해당 업체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