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人의 과학자가 말하는 2019노벨상의 의미
9일 오전(현지 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201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휴대전화부터 전기자동차까지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소재를 개발한 화학자들이 수상했다. 노벨위원회 발표 영상 캡처
○ 우주거대구조 연구와 태양계 밖 행성 관측 기틀 세운 천문학자들
물리학상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업적을 세운 학자 세 명이 수상했다. 하나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설명한 물리우주론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행성의 발견이다.
외계행성 발견은 우주에 대한 편견을 깬 것이었다. 오대현 국가기상위성센터 선임연구원은 “태양과 비슷한 별에 외계행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논의는 16세기부터 있었지만, 행성은 별보다 많이 어두워 관측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신 학자들은 행성이 별 주변을 공전할 때 별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관측해 행성을 찾았다.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팀은 자체 개발한 관측 장비로 페가수스자리 51번 별의 흔들림을 관측해 행성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외계행성 발견 자체도 놀랍지만, 발견한 행성이 목성보다 조금 가벼운 거대한 가스행성임에도 별 주변을 4.2일에 한 번씩 공전한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며 “목성의 공전주기가 12년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라고 말했다. 그 대신 별과 행성 사이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다른 학자들이 외계행성계가 태양계와 비슷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 있던 반면 이들은 고정관념 없이 데이터를 바라봐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산소 감지하는 세포 ‘분자스위치’ 발견한 생리의학상
생리의학상은 세포의 산소 감지 메커니즘을 밝힌 세 학자에게 돌아갔다. 그레그 서멘자 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와 피터 랫클리프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는 EPO 유전자에서 저산소반응인자(HRE)와 여기에 결합하는 단백질인 HIF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계속 만들어지려면 신장에서 내보내는 단백질인 ‘EPO’가 나와야 한다. 저산소 상태일 때 EPO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러자면 세포가 산소를 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일상 바꾼 발명에 주어진 화학상
화학상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활물질(실제로 전자를 내보내고 받는 물질)을 개발한 세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리튬은 만들 수 있는 전압의 정도(전위)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가운데 가장 낮은 물질 중 하나”라며 “리튬으로 음극을 구성하면 양극에 어떤 물질을 구성하더라도 전압을 높게 만들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1970년 리튬코발트산화물이라는 양극 활물질을 처음 개발했다. 이 교수는 “100을 충전하면 99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현재 리튬이온 전지 양극 활물질의 시초가 됐다”고 말했다. 1972년 스탠리 휘팅엄 미국 빙엄턴대 교수는 이황화타이타늄을 이용한 리튬 배터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충전과 방전이 계속되면 리튬이온이 뾰족한 모양의 금속이온으로 변환되며 분리막을 찢고 전지를 망가뜨려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 교수는 “이후 요시노 아키라 일본 아사히가세이 명예연구원이 음극 활물질을 흑연 계열로 바꿔 리튬 배터리에서 리튬을 사실상 제거했다”며 “리튬은 이온으로만 존재해 오늘날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