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동유럽 순례]<하> 체코-오스트리아서 만난 ‘보물’
두개골로 문양을 꾸민 체코 쿠트나호라의 ‘세들레츠 해골 성당’. 쿠트나호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체코 프라하 ‘승리의 성모와 프라하 아기 예수 성당’ 내부. 가운데 자리한 명물 아기 예수상은 45cm 크기로, 때맞춰 옷을 갈아입는다. 프라하=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래도 가다듬고 보면 각자에게 맞는 보석이 널려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돌아보고, 21세기 수도원의 흐름도 짚을 수 있다. 그 대신 딱 하나만. 시간이 빠듯하면 건너뛰어도 되니 찬찬히 걸으시길. 풀 냄새 돌담 냄새 스쳐 지나지 말고.
○ 아이는 의구(依舊)한데 인골도 그 자리에
‘프라하의 아기 예수’는 실은 위치가 애매하다. 관광 핵심 구시가에서 트램(노면전차) 타고 네댓 구역은 간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면 필수코스라 꼽기 힘들다. 근데 마주하면 잘 왔다 싶다. 2층에 전시한 한복도 앙증맞다. 아기 예수는 바비인형처럼 때맞춰 옷을 갈아입는다.
왜 그리 두근거릴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느님이 아기의 모습으로 당신의 친밀함을 보여 준다”(2009년)고 했다. 폴라 신부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판과 희생도 숭고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은 그것만이 아니죠. 아가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형상에 끌리는 게 아닐까요.”
하나 더. 성당을 관장하는 가르멜회는 1971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도 운영한다. 이렇게 깊은 뜻을 실천하니 후광이 살아있다. 아기 예수는 17세기 스페인에서 만들어졌단다. 그러나 아기 예수는 미래를 비추기에 더 아름답다.
반면 쿠트나호라에 있는 ‘세들레츠 해골 성당’은 완벽하게 극단에 서 있다. 들어서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진다. 끝도 없는 인골. 피라미드처럼 쌓인 뼈 무덤은 그러려니 했다. 두개골로 문양을 꾸며놓은 건 뭔 악취미람.
○ 위스키와 포도주,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들른 두 수도원은 다소 생경하다. 왕실에서 지은 건물답게 거창하고 화려하다. 묵상과 검박함을 기대했다간 실망스럽다.
빈에서 약 79km 떨어진 ‘성 베네딕토 멜크 수도원’은 특히 북적댄다.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소설 ‘장미의 이름’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도 유명하니. 심지어 900여 명이 수학하는 명문 사립학교까지 운영한다. 학생과 관광객 물결에 수도자는 드문드문.
이 땅의 수호성인 레오폴드 3세가 지은 ‘아우구스티노회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수도원’도 엇비슷하다. 왕궁이나 대형 박물관 같다. 물론 둘 다 볼 것 많아 좋긴 한데…. 솔직히 수도원에서 담근 위스키나 와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멜크 역시 시대와 발맞춰 간다. 문화관광담당인 마르틴 로테네더 신부는 “비(非)가톨릭 신자라도, 심지어 이슬람교도여도 수도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도 신입생 선발 때 종교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위스키가 켜켜이 꿀처럼 달달해졌다.
프라하·빈=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