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경제 행보]재계, 기대 속 규제개혁 가속 촉구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의지 느껴져… 유연근로제 조속 도입 등 필요 기업 애로사항 정책에도 반영되길”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방문 현장을 지켜본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첨단 제조업 현장을 찾아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강조한 것이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보면 노동계를 의식해 수위를 조절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날은 정부와 기업이 진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 대한 기대가 실제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울산을 찾아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생산을 독려하고 경기 화성시를 찾아 삼성전자의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기대를 표시했지만 이후 이어진 경제정책 기조는 경제 활력 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실제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의 활동이 더 강화되면 산업 현장의 힘이 노조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조는 지금도 우월적 파업권을 남용하고 있는데, 국무회의를 통과한 ILO 비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사용자의 대항권이 제한되고, 기업의 생산과 조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산업계에선 ‘감옥 안 가려면 대표이사(CEO)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처벌 규정이 많은데, 노조는 강압적으로 노조원의 탈퇴 등을 막아도 처벌할 규정조차 없다”고 했다.
유연근로제 도입도 기업들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50∼300인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될 예정이라 기업의 걱정이 크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집중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는 유연근로제 없이는 업무를 지속하기 힘들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운다면서 R&D 분야 유연근로제를 확대하지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등도 기업들이 국회 통과를 우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안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과 정책들은 그대로 두고 경제 현장만 다닌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보여 주기식 경제 행보보다는 여당, 정부, 청와대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