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 남도답사 일번지/유홍준 지음/454쪽·1만6500원·창비
1990년대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전국적인 답사 열풍이 일었다. 시리즈는 이후 국내와 세계 각지의 문화유적을 훑으며 장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5년 저자인 유홍준 씨가 문화재청장을 지낼 당시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시대 궁중 문화와 유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조해진 소설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권(남도답사 1번지)뿐 아니라 2권(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1994년)과 3권(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1997년)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물론 그때는 그 인기가 2019년까지 이어지리란 걸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 시리즈는 7권까지 출간됐고, 그 뒤 북한 일본 서울 중국편 시리즈로 이어졌으며, 거의 모든 시리즈가 현재에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수학여행 때나 겉핥기로 들렀던 유적지와 사찰이 저자의 문장을 통과하면 그야말로 열려 있는 박물관이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구절처럼 저자는 독자들이 박제된 지식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과 그 문화유산이 있는 지역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아 향유하길 바랐을 것이다. 이 장대한 답사의 1장 1절이 그때껏 유적지로나 관광지로서 단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 없는 강진과 해남이었다는 것도 저자의 의도를 가늠케 한다.
여행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인기 요인이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한쪽에선 해외여행 경비에 부담을 느끼거나 국내여행이라도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런 사람들에게 뜻깊은 길라잡이가 되어줬다.
대학 시절, 나 역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권을 들고 친구와 정선에 간 적이 있다. 아우라지강에서 처녀상을 봤고 여랑에 위치한 옥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책에 나온 여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저자가 옥산장에서 묵을 땐 주인아주머니가 노래를 불러줬다고 나와 있었지만, 그 밤엔 노랫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았다. 대신 희미한 물소리 사이로 앞선 시대를 살다가 떠나간 사람들의 설화(說話)가 들려오는 듯한 밤이었다.
조해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