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13조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삼성은 시설 투자에 10조 원, 연구개발에 3조10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퀀텀닷(QD·빛을 내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 디스플레이 양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내외 여건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투자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을 이끌어 온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월 현장 점검을 하면서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을 격려했다.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의 90%가 성장 둔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할 만큼 시름이 깊은 상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등 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것은 위기에 굴하지 않는 도전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