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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트럼프 “동맹은 매우 쉽다”… ‘쉬운 동맹’ 위기에 처한 한국

입력 | 2019-10-12 00:00:00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동맹은 매우 쉽다(Alliances are very easy)”고 말했다.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이슬람국가(IS) 소탕전의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희생시킨 탓에 향후 동맹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론에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며 한 말이다. 비록 쿠르드족이 빠지더라도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관계는 만들기도 쉽고, 그만큼 깨기도 쉬운 ‘편의적 계약’일 뿐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냉혹한 계산주의자에게 영원한 동맹은 있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봐라. 동맹들은 우리를 엄청나게 이용해왔다”고 유럽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를 거듭 비판했다. 독일, 프랑스를 예로 들어 “우리에게 엄청난 빚을 졌지만 갚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한국엔 발등의 불이다.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감축·철수도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선(先)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진작부터 연합훈련을 “엄청난 돈 낭비”라고 불평했고, 주한미군도 “언젠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해왔다.

더욱이 미국의 시리아 철군은 우리를 괴롭혀온 주한미군 철수론을 연상시킨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10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요즘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주한미군 철수론은 오히려 과거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인권외교’라는 이상주의를 홀로 고집하다가 주변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엔 수긍하는 미국 여론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 철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북-미 협상에 연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터에 미군을 한국군 지휘 아래 두는 전작권 이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미동맹엔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고 예측 불가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철통같은 단단함을 자랑한다지만 가장 ‘쉬운 동맹’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조야(朝野)와의 긴밀한 조율로 이런 불확실성의 위기부터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