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서남부|
송악산 올레길에서 바라본 산방산(왼쪽)과 형제섬(오른쪽).
떠오르는 해
오전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빌렸다면 송악산(서귀포시 대정읍 송악관광로 421-1)으로 먼저 향하자. 송악산은 언제라도 둘러보기 좋지만 한가하게 걷기에는 오전만큼 좋은 때가 없다. 주차하기도 편하고 별도의 입장료도 없다. 송악산 분화구를 중심으로 주변을 걷는 코스로 30∼40분(총 길이 2.8km)이면 충분하다. 물론 둘레길 전망이 빼어난 덕분에 풍경에 심취해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송악산 동쪽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올레길.
높은 해
해가 중천에 떴다. 아무리 가을이라고 하지만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곶자왈만큼 좋은 피난처는 없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요철 지형의 숲으로 제주에만 존재한다. 하나의 숲에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이 공존한다. 화순곶자왈(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2045)은 전체가 9km에 달할 정도로 길다. 세 종류의 코스가 있고 기본 코스는 걸어서 30∼4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완만한 코스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과 같이 걸어도 괜찮다. 곶자왈을 걷다 보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들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곶자왈의 생태계는 몽환적이다. 화창한 날도 좋지만 비가 온 뒤 또는 안개가 조금 낀 날에는 더욱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운이 좋다면 걷다가 방목하는 소를 만날 수도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진드기 등 벌레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벌레기피제 등을 뿌리고 가는 게 좋다.
지는 해
활짝 핀 해
숙소에서 푹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면 송악산 인근 단산(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 도전을 추천한다. 해발 158m의 나지막한 산이다. 단산에 오르면 제주 서남부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동쪽으론 산방산, 남쪽으로는 형제섬과 송악산, 가파도가 있고 서쪽으로는 모슬포항이 보인다. 높이가 낮다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 꽤 가파른 오르막에 어느새 숨이 가빠 오고 이마에 땀이 흐른다. 경사도 높은 편이다. 정상 부근은 좁아 주의가 필요하다.
구름에 숨은 해
제주 전통의 관광지인 용머리해안(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도 놓치면 섭섭하다. 용머리해안은 오랫동안 제주의 대표 관광지였다. 새로운 곳만 찾는 추세에 용머리해안은 어느새 사람들의 뒷전에 밀린 분위기다. 하지만 용머리해안은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기분에 따라, 동행에 따라 달라진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 가판도 매력적이다. 용머리해안에서 바라보는 송악산의 모습도 색다르다.
○ 여행 정보
팁+ △박수기정 일몰샷을 찍으려면 샛길을 따라 난 해안암벽으로 내려가야 한다.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언제 큰 파도가 몰려올지 모르니 주의하자. 기자는 사진을 찍다 신발과 바지가 다 젖었다. △단산은 날씨가 흐릴 땐 산방산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럴 땐 올라가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자. △안덕면에는 수많은 카페가 있다. 풍광이 좋은 곳은 사람도 많으니 북적이는 것이 싫다면 조그마한 카페도 좋다. △제주신화월드는 정말 넓다. 자칫 길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자신 없다면 호텔 직원에게 꼭 길을 물어보자.
감성+ △음악: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풍광이 뛰어난 제주의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이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다. 맑은 날보다는 조금 흐린 날 더없이 잘 어울린다. △책: 엄마는 해녀입니다(고희영 지음·에바 알머슨 그림) 어른들도 읽기 좋은 동화책이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란 말이 와 닿는다.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일몰샷 찍기 ★★★★★△풍경 보면서 걷기 ★★★★★
△카페 돌아보기 ★★★★★
△방목하는 소와 말 관찰하기 ★★★★
△제주만의 멋진 자연 둘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