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본고장인 미국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할로윈 시즌 열풍입니다.
대형 종합편의점 특별 코너엔 다양한 분장용 도구와 가면 등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해마다 바뀌는 다양한 디자인은 한 해 동안의 트렌드와 인기 캐릭터를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형 편의점 체인 할로윈 분장 특별코너를 찾은 기자는 올해 이 코너에 첫 선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면에 단연 주목했습니다.
이 곳서 만난 워싱턴 시민 캐롤씨는 김정은 가면을 만지작거리며 “기괴하다(creepy)"는 말을 반복하더군요. 나란히 놓여 있던 트럼프 가면을 함께 들어올리며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정말 둘 다 괴상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미 지상파 인기 예능프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도 김정은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가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이 코너의 첫 장면은 탄핵 국면에 전전긍긍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 위원장에 전화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 : 오~ 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역 : 헤이, 왓츠 업(무슨 일이죠)~~
김정은 위원장 역 : 당신 네 나라에도 바다가 있잖아요? 깊은 바닷 속으로 던져버려요!
트럼프 대통령 역 : 오, 그렇군요. 우리도 당신네 나라처럼 쿨~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풍자와 코믹함이 섞인 상상 속 대화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전화 통화만큼은 현실 속 이야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하며 해외 정상들과의 소통을 언급했는데 느닷없이 김 위원장과도 전화 통화한다 밝혔습니다. 한때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소통까지 시사한 겁니다.
이런 정보를 흘리며(?) 그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싶은 건 과거 미국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메시지일 겁니다. 실제 자신만이 상당한 북미 협상 성과를 냈고 노벨 평화상감이라는 식의 발언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할로윈 분장부터 미 지상파 방송의 트럼프-김정은 코믹 예능 코너까지. 두 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선은 그 같은 평가와는 다른 듯 합니다.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세 번의 북미 정상 간 만남에도 구체적인 비핵화는커녕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중의 냉정한 평가가 숨어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관계를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 아닌 대중적 코믹 코드로 보고 있다는 분석 또한 가능합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만의 톱다운 방식 대북 외교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탄핵정국과 맞물려 이제 그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개인이 약화되면 그로 인해 개인화된 외교 또한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탄핵 국면 속 트럼프 식 북미 협상에 대한 최근 시사지 애틀랜틱의 분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김정안 채널A·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북한학 박사 수료)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