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훈·대전충청취재본부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매년 10월 초중순 충남 부여군 부여읍내 백마강변은 코스모스로 흐드러졌다. 백제대교에서 구드래 공원까지 2km 구간에 조성된 코스모스 단지는 장관이었다. 꽃의 향기를 즐기고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죽하면 한 도의원이 문화제 행사 내실을 주문하면서 “명색이 백제문화제인데 사람들이 코스모스 단지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표현했을까.
하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지난해와 올해에는 사정이 달랐다. 관광객들은 지난해에는 코스모스 단지 아닌 잡초 더미를 보아야 했다. 올해에는 추수한 뒤의 들녘처럼 황량한 벌판을 목도해야 했다. 지난해보다 심하게 잡초가 단지를 뒤덮자 부여군이 백제문화제를 며칠 앞두고 기계를 동원해 아예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올해 군의 무책임한 행정은 관광객을 더 속 터지게 만들었다. 코스모스가 제대로 피지 않았으면 사전 공지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부서 간 손발이 맞지 않았던지 코스모스 단지 홍보물이 그대로 돌아다녔다. 코스모스 단지 그림과 함께 ‘가을 코스모스 단지’라고 표기한 백제문화제 행사장 안내도가 관광객들에게 배포됐다. 홍보 영상은 끝도 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단지를 보여주면서 “코스모스 만개한 가을여행을 강추합니다”라는 소개말까지 전했다.
군 관계자는 “항의하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며 “지난해에는 비가 많이 왔고 올해에는 비를 동반한 태풍까지 세 번이나 찾아와 잡초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생육이 괜찮은 부분의 코스모스를 주변에 이식하려는 노력까지 했지만 허사였다”고 덧붙였다.
군에 따르면 백마강변 코스모스를 피워내는 작업에는 한 해 2000만 원이 든다. 종자를 구매해 뿌리고 잡초 제거 등의 관리를 하는 데 드는 돈이다. 두 해 실패했으니 세금 4000만 원을 물거품처럼 날려버린 셈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애써 쌓은 부여의 관광 이미지가 크게 실추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정현 군수는 “공무원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내년에는 전문 관리 대행업체라도 선정해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악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항의했을 때도 군이 재발 방지와 특단의 대책을 약속했다”며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부여군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 전에 허탕 친 관광객과 고개 못 든 주민들의 격앙된 마음부터 추슬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