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NASA와 손잡고 장비 개발해 지난달 상공에 띄워 20여명 국내 연구진-기업 큰 도움… “관측 끝났지만, 연구는 이제 시작 장비 개선해 우주정거장에 실을 것”
9월 18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미국항공우주국 과학실험장에서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 지름 140m까지 늘어나는 거대한 기구가 코로나그래프(작은 사진)를 40km 상공까지 끌어올려 태양을 관측하게 한다. 한국천문연구원·NASA 제공
조경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천문연과 NASA가 2017년부터 공동 개발한 태양관측장비 ‘코로나그래프’의 연구를 맡은 한국 측 초기 책임자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의 바깥쪽 200만∼700만 km 상공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인 ‘코로나’를 연구하는 관측장비다. 온도가 수백만 도에 이르지만 그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은 코로나의 비밀을 풀 근거 자료를 수집한다. 연구팀은 2년간의 개발 끝에 8월 말 세계 최초로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코로나그래프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남부 뉴멕시코주의 NASA 과학실험장에서 기구를 이용해 40km 상공에 띄워 코로나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3주간의 시도 끝에 얻은 극적인 성공이었다.
실험이 성공한 뒤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이달 1일 대전 유성구 천문연에서 조 책임연구원 등 당시 첫 실험에 나선 주역 네 명을 만났다. 조 책임연구원은 성공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코로나그래프의 성공적인 개발에는 엔지니어 7명을 포함해 약 20명의 국내 연구팀과 기업의 헌신적 노력이 큰 힘이 됐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보기 시작한 만큼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져 더 많은 협력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18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은 태양 관측에 필수 영상 장비인 편광카메라 전하결합소자(CCD)와 여러 파장의 빛을 관측하기 위한 필터, 필터에 연결하는 부품인 휠, 제어 및 운영·비행·관측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맡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 최성환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외국에서 구입하면 10배 가격을 줘야 하는 필터와 휠 등 요소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덕분에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원하는 목표 지점을 허공에서 정확히 조준하는 조준 시스템과 광학 부품을 맡았다. 두 기관이 각각 개발한 부품은 올여름 통합됐다. 이후 천문연 소프트웨어 과학자들이 소프트웨어 검증 시험을 반복한 끝에 8월 말 장비가 완성됐다. 공동연구팀은 곧바로 기구를 띄우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쉽지 않은 시도였다. 며칠이면 될 줄 알았던 관측은 기상 악화로 3주나 미뤄졌다. 후기 연구책임자를 맡은 김연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결국 성공했지만 기구가 뜰 때까지 3주는 정말 피 말리는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최성환 책임연구원은 “매일 새벽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2시에 일어나 기상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10분 만에 작전은 취소됐다. 기상 상황이 괜찮으면 각종 점검이 이어지며 쉴 새 없이 긴장된 시간이 계속됐다. 이 와중에도 기상 상황은 계속 변했고, 동이 트기 전에 바람 조건이 나쁘거나 통신 연결이 원활하지 않으면 취소되는 일이 반복됐다.
9월 18일 코로나그래프가 성공적으로 기구에 실려 올라간 뒤 태양 관측 데이터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미 연구팀이 환호하고 있다. NASA 제공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