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경영난에 ‘예고없는 접속중단’ 되풀이
직장인 함모 씨(36)는 1일부터 사전 통보 없이 싸이월드 운영이 중단되면서 이른바 ‘디지털 수몰민’이 됐다. 2015년 싸이월드가 방명록, 일촌평 등 텍스트 서비스를 중단했을 때는 자동 백업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고 없이 접속이 안 되자 사용자들은 “이대로 추억을 잃을 수 없다. 유료로라도 백업만 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때 월 이용자 수 2000만 명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해외의 2세대 SNS가 인기를 얻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7월 프리챌 창업주 전제완 대표에게 인수된 이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을 투자 받으며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큐’를 서비스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현재로선 싸이월드가 서버 비용과 직원 임금 등 각종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전 대표를 포함한 싸이월드 측은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 달 안에 운영진이 도메인을 갱신하고 서버를 일시적으로 되살리면 백업할 기회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IT서비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퇴출되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이용자들이 디지털 수몰민으로 내몰리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7월엔 국내 1세대 인터넷 포털로 네이버, 다음, 야후와 경쟁하던 드림위즈의 e메일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미 중단 고지 이전부터 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돼 20여 년간 사용해 온 업무용 e메일 자료를 송두리째 날린 이가 속출했다.
2013년엔 1세대 커뮤니티 프리챌이 한 달 시한을 두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때도 별다른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기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일종의 ‘팀’을 짜서 수작업으로 백업에 매달리기까지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선 사업자가 사업을 폐지하려면 예정일 30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기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유·무형 피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1세대 검색엔진인 라이코스 대표였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구글플러스 등 글로벌 서비스들 중에서도 운영을 종료한 사례가 있지만 사전 예고와 함께 백업 조치가 대부분 이뤄졌다.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알리고 기존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운영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