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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기 신도시, 서울 집값은 못 잡고 수도권 비대화만 부추길라

입력 | 2019-10-14 00:00:00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 가운데 경기 남양주 왕숙 2곳,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5곳을 공공택지지구로 최종 지정했다. 여의도 8배 면적에 총 12만2000채를 지을 예정으로, 내년에 지구계획이 승인되면 2021년 착공과 분양을 시작한다. 이로써 정부가 계획한 수도권 30만 채 공급계획 가운데 절반인 14만 채가 지구 지정을 마치고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췄다.

3기 신도시는 정부가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대출규제 강화 등 수요 억제 대책에 이어 지난해 말 공급 증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주택은 공급 총량보다는 입지와 시기가 중요하다. 서울 주택 매매가는 작년 9·13대책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1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서울의 주택 수요를 주변 신도시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서울 내 노후화된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정공법이 나을 것이다.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몰두하는 사이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8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6만 채가 넘고 경기와 인천도 1만 채가 넘는다. 2기 신도시 건설이 끝나기도 전에 3기가 발표됨으로써 미분양이 심해지고 교통지옥의 고통도 커질 것이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에 첨단 벤처기업 단지 등 자족용지를 20∼40%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러잖아도 수도권 집중화가 심해지는 마당에 지방 공동화(空洞化)를 부추긴다는 지역의 반발도 심상찮다.

3기 신도시 후보지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지역이 많다.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 단지로 만들면 이미 거대한 수준인 수도권을 더욱 비대화할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30조 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려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등의 사례를 볼 때 도심을 제외한 주변 도시의 유령화도 걱정된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만 초래하는 게 아닌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