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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외교, 당당하게 하라[현장에서/윤완준]

입력 | 2019-10-14 03:00:00


11일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 선서. 베이징=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11일 오후 베이징(北京) 주중 한국대사관. 장하성 대사는 여야 의원들에게 “고위급 교류 등 한중 관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중 외교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한창이던 때에 비하면 상황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 결과를 한국 정부에 가장 먼저 브리핑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관계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

2017년 10월 사드 문제를 뒤로하고 “모든 분야의 한중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한 지 벌써 2년째다. 대표적 사드 보복인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 한한령(限韓令·한국 대중문화 수입 금지)은 여전하다. 정작 사드 보복 그 자체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자와 만난 중국 관료들은 “사드 보복 자체가 없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자유한국당)은 장 대사에게 “중국이 (관계 회복) 약속을 2년째 안 지키고 있다. 자괴감이 안 드나?”라고 말했다. 장 대사는 사드 보복 해제 요구에 중국이 어떻게 답하는지 질의가 나오자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의원은 “왜 당당히 얘기를 못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중국이 건국 70주년 행사에서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둥펑(東風·DF)-17을 공개했다”며 “이러고도 사드에 감정이 남아 있느냐면서 사드 보복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에 장 대사는 “방한 자체는 양국이 공감하고 있고 시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내 방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지만 이 나라들은 중국과도 관계가 좋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내년 봄 방일해 달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요청은 흔쾌히 수용했다. 국경 분쟁까지 있는 인도에도 시 주석은 11, 12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다. 이들 나라는 중국에 할 말은 하면서 전략적 가치를 중국에 어필한다.

중국이 유독 한국과는 속도를 내지 않는 건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사대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한 송영길 의원도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연선 국가(주변 국가)들을 진정한 형제로 대하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한 점을 아프게 지적해야 한다. 당당하게 외교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장 대사는 “올해 외교부 중국어 연수자가 없어 한국 외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대중 외교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