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AT&T 스타디움에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를 관람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과 토크쇼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사건의 두 주인공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요즘 인기 높은 여성 토크쇼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 최근 미국프로미식축구 경기에서 옆자리에 앉아 즐겁게 담소하는 사진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네오콘 시대를 이끌었던 강경 보수파. 디제너러스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진보파이자 동성애자입니다. 사진이 논란이 되자 디제너러스는 부시 전 대통령과 친구 사이라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디제너러스가 진행하는 TV 토크쇼 ‘엘런’을 보면 좀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 근심 없이 밝고 즐겁게 진행하거든요. 그래서 별명이 ‘미즈 사카린’입니다. 인공적인 단맛이 난다는 거죠. “나는 디제너러스의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 말이 맞았다.” ‘bang on’은 뒤에 ‘target’이 생략된 것으로 ‘목표에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즉, 이념이 다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디제너러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죠. 영국 출신의 유명 시사토크쇼 진행자 피어스 모건의 말입니다.
△“What a horrific commentary about our times!”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큰 뉴스가 될 수 있었을까요. 트럼프 시대의 극심한 이념적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수파 전 대통령과 진보적 연예인이 친구 사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수석고문이었던 데이브 액설로드는 말합니다. “우리(트럼프) 시대의 얼마나 끔찍한 자화상인가!” 여기서 ‘commentary’는 ‘모습’ ‘광경’의 뜻입니다.
△“I’m not buying it.”
할리우드의 유명한 진보파 배우 수전 서랜던의 말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의 증거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해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습니다. 동성애자 간의 결혼을 완전히 금지시키기 위한 개헌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서랜던은 아마 속으로 ‘흥,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된다고?’라고 생각했겠죠. “나는 너의 말을 사지(buy) 않아.” 디제너러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