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초기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 야만적 현실과 만난 주민들의 삶 ‘죽은 자들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 에코 페미니즘 부각한 추리소설
폴란드의 여섯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는 1990년대 이후 폴란드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신화나 전설 같은 다양한 소재를 차용한 작품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뒤셀도르프=AP 뉴시스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
초기작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태고의 시간들’(1996년)이다. 폴란드에서 40대 이전 문인들에게 주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태고’라는 이름을 가진 폴란드의 마을, 허구와 현실이 절묘하게 중첩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20세기의 야만적 현실과 맞닥뜨린 주민들의 삶을 84편의 조각글로 기록했다. 1, 2차 세계대전, 전후 폴란드 국경선의 변동, 냉전체제와 사회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신화적인 요소들과 어우러져 한 편의 장엄한 우화를 완성한다.
2007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에 빛나는 ‘방랑자들’(2007년) 역시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100여 편의 다양한 글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인 하이브리드 텍스트다. 미시 서사 기법을 활용해 거대 서사를 축약해서 보여주는 고유한 스타일이 이 작품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죽은 자들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2009년)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체코와 폴란드 국경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로, 에코 페미니즘적인 성향이 도드라진다. 자연 파괴와 동물 사냥을 일삼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향해 준엄한 경고를 보내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동식물을 인간과 동등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생명중심 사고를 드러낸다.
2014년 ‘야고보서’는 역사 소설가로서 역량을 입증한 작품이다. 18세기 폴란드-리투아니아 공화국 시대에 메시아를 자처하며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통합하려 했던 유대인 야쿱 프랑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추적한다. ‘일곱 국경과 다섯 언어, 그리고 세 개의 보편 종교와 수많은 작은 종교들을 넘나드는 위대한 여정’이라는 부제처럼 유럽에서 잊혀진 역사의 단면을 재조명했다.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