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14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북동쪽 도치기현 사노(佐野)시는 말 그대로 ‘진흙 마을’이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 주요 상점마다 진흙이 들어찼다. 중고 자동차 매장의 자동차 수십 대도 진흙으로 뒤덮였다. 매장 직원들은 바지를 걷은 채 연신 흙을 퍼날랐다. 음식점 주인 미야케 유야 씨는 “태풍이 몰아닥친 날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동네가 바다 속 같았다. 뒤처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12, 13일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사노시가 포함된 도치기현에서는 강 5개가 범람하며 4명이 숨졌다. 아키야마(秋山)강이 범람한 것이 주 원인이다. NHK에 따르면 빗물로 강물이 불어났고 물살을 이기지 못해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을 덮쳤다. 무너진 제방은 최소 10m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1500채 이상의 가옥이 침수됐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하던 효도 신고 씨는 집 안에 들어찬 흙, 진흙 속에 빠져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를 보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둑이 무너져 물이 불어났을 때 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자녀 2명을 안고 무작정 대피소로 향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했다.
NHK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사망자는 14일 오후 8시 현재 56명으로 늘었다. 후쿠시마현(16명), 미야기현(10명) 등 동북 지역이 가장 많았다. 가나가와현(5명), 도치기현(4명) 등 이 뒤를 이었다. 15명이 실종 상태인 데다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가 끝나지 않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성은 이날 “21개 하천에서 제방이 24군데 무너졌고 142개 하천에서 범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노=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