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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쁜 선례 남긴 조국사태… 갈라진 사회, 상처입은 민심

입력 | 2019-10-15 00:0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어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두 달여 동안, 대한민국은 조 장관의 거취를 두고 초유의 혼돈을 겪었다. 온 나라가 두 동강 난 듯 찬반이 대립하고 광장의 세 대결이 이어졌다. 합리적 공론과 소통은 실종됐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들은 큰 불안과 혼란을 느꼈다. 조 장관의 사퇴는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정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조 장관 임명 강행과 장관직 버티기는 여러 면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본인의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사법적 유무죄 판단을 장관직 적격성의 기준으로 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대한 감독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에 일가족이 검찰 수사대상인 사람을 앉힌 것도 민주주의와 법치의 정신에 반하는 비정상을 초래했다.

이번 사태에서 대한민국이 아직도 특권과 특혜, 반칙이 통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된 점도 가슴 아픈 일이다. 조 장관의 딸이 고교생 때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그런 경력을 발판 삼아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한 것이나, 계속된 유급에도 6차례나 장학금을 받은 사실은 정직하게 노력해온 또래 청년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더구나 조 장관은 평소 정의와 공정을 앞장서 주창해온 진보인사여서 그 위선이 준 충격은 더 컸다. 장관직 사퇴와 별개로 의혹들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엄정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가 심각하게 허물어질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하나가 돼 검찰의 조 장관 수사를 공격하면서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에 흠집을 낸 것도 문제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거나 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앞장서서 분열과 대립을 증폭시켰다.

조국 사태는 국민의 상식과 순리에 저항하는 아집의 정치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에 큰 상처를 남긴다는 교훈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상처 받은 민심을 치유하고 보듬을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후임 인사에서 코드와 진영보다는 상식과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사를 고르는 일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제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사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 스스로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국회는 이제 조 장관 문제를 둘러싼 정쟁을 끝내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 검찰 독립성을 높이고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는 검찰 개혁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검찰도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되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야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깊은 상처가 아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