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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일로 대통령에 부담 드려선 안된다 판단… 힘든 시간 보내는 가족과 고통 함께 감내할것”

입력 | 2019-10-15 03:00:00

[조국 법무장관 사퇴]A4용지 3장 분량 ‘사퇴문’ 배포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후 2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사퇴문을 배포했다. A4용지 3장 분량의 1683자로 35일 만의 짤막한 장관직 수행을 마무리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사전에 배포한 사퇴문에는 오탈자가 등장하는 등 퇴고를 거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 조 전 장관은 사퇴문의 두 번째 문장에서 ‘법무부’를 ‘법부무’라고 잘못 썼다. 사퇴문은 조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퇴문이란 게 수십, 수백 번 읽어 보는 것일 텐데 앞부분부터 오탈자가 있다는 것은 여유 있게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문에는 ‘검찰 개혁’이란 단어가 15번이나 등장했다. 2, 3줄에 한 번꼴로 검찰 개혁이란 단어가 나온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개혁이라는 단어를 8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 왔던 목표였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 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시점에 대해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면서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전 장관은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조 전 장관은 또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 “가족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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