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사퇴]조국 사퇴 발표직후 수보회의 주재 광화문-서초동 집회 ‘갈등’ ‘진통’ 표현 ‘국론분열로 생각안해’ 발언과 달라져 장관 퇴진 법무부엔 “검찰개혁안 이달중 각의의결까지 끝내라” 지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의 페르소나’로 불린 조 전 장관의 사퇴 발표 직후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상념에 잠긴 듯 잠시 눈을 감는 등 회의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며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두 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도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35일간의 짧은 조 전 장관 재임 기간이 임명 강행에 대한 사과로 시작해 국민 분열에 대한 사과로 마무리된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검찰 개혁이)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사퇴를 검찰 개혁을 위한 승부수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서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유지해 나갈 때 검찰 개혁은 보다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 등은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검찰 의사를 수용해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만큼 이제 검찰 스스로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압박한 셈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회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의 디딤돌을 만들어 놨다.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라며 “입법과제까지 해결해 진정한 검찰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과제”라고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