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사퇴]‘원칙대로 수사’ 기조속 변수 저울질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검찰 지휘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이 같은 원칙론에만 동의했다. 검찰의 인사권을 쥔 현직 장관의 가족을 수사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35일 만에 종결돼 검찰로서는 홀가분할 법하지만 서초동 주변에는 무거운 침묵과 긴장이 흘렀다.
이는 조 장관이 지명된 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일 때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며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이끈 조 장관의 낙마가 주는 무게감이나 파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 씨(52·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에게 교사 채용 대가로 2억 원을 건넨 돈 전달책 A, B 씨 등 2명을 구속만기일인 15일 기소할 예정이다. 올 8월 27일 압수수색 이후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주 조 씨에 대한 영장 기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조 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정 교수에 대한 수사로 포위망을 좁히려던 수뇌부의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더욱이 웅동학원 교사 채용 금품 수수 의혹 사건에서 종범 2명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조 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까지 포기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되자 “변죽(조 씨)을 울리지 말고 사건의 본체 격인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곧바로 가져오라는 법원의 시그널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가뜩이나 정부 여당에서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를 종결하라”는 직간접적 압박까지 받으면서 검찰의 고심도 깊어지던 와중이었다.
검찰은 향후 조 씨에 대해선 교사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추가 수사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교사 채용 시험지 유출 과정, 자금 추적 등에서 조 전 장관의 모친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태다.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이라는 방패가 사라진 만큼 정 교수에 대한 조사는 더욱 촘촘히 이뤄질 수 있다. 장시간 조서 열람에 따른 실제 조사시간 부족을 감수하면서도 정 교수에 대한 ‘인권 수사’를 철저히 보장해온 검찰은 조사 종료 ‘시기’보다는 ‘조사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번 주말 청구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번 주를 넘기면 불구속 기소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 교수와 조 씨에 대한 수사팀이 별도로 꾸려진 만큼 수사 진척 속도보다는 수뇌부의 ‘결단’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검찰이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한다면 정 교수의 기소 시점에 맞춰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 정 교수의 증거 인멸, 사모펀드 투자 과정 수사는 조 전 장관 본인의 혐의 유무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의 딸(28)을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 씨(28), 지인 변호사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과정 등은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