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쩔쩔맨 것은 의원들이었다. 한 칼럼니스트는 청문회장의 저커버그를 ‘조부모 댁을 방문해 열심히 와이파이 켜는 법을 가르쳐주는 예의바른 10대 소년’이었다고 묘사했다. 평소 시답잖은 질문이다 싶으면 차갑게 무시하며 적대감까지 드러내던 저커버그였지만 컨설턴트와 변호사, 이미지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의 준비팀과 몇 주에 걸친 철저한 예행연습 끝에 곰살궂은 젊은이로 변신한 것이다. 더욱이 워드프로세서도 제대로 못 다루는 의원들이 “내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같은 한심한 얘기를 쏟아내는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면서 저커버그는 일단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긴급뉴스: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방금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했다.’ 지난주부터 페이스북에는 이런 내용의 광고가 널리 퍼지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선거운동본부가 내보낸 광고다. 이 광고는 “아마 여러분은 충격을 받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미안)”라며 페이스북의 콘텐츠 감시대책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가짜뉴스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커버그가 트럼프에게 페이스북에서 거짓말을 할 자유로운 권한을 줬다”고 강력 비판했다. 가짜뉴스를 앞세운 고의적 허위 광고로 저커버그에게 ‘한 방’ 먹인 것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