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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 여기자에 혼쭐 난 폼페이오

입력 | 2019-10-15 03:00:00

지역행사 뒤 7분간 인터뷰에서 우크라 관련 돌직구 질문에 당황
“민주당 위해 일하나” 궁색한 반문




“오늘 같은 날은 워싱턴에 없는 게 좋지요. 하하.”

11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모임에 연사로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농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로 시끄러운 수도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는 의미였다.

이로부터 1시간도 안 돼 그의 즐거운 하루는 엉망진창이 됐다. 내슈빌 지역방송국 WSMV의 여성 기자 낸시 에이먼스와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워싱턴의 고위 관료 및 유명 정치인들은 각 지역을 방문할 때 2, 3곳의 해당 지역 언론과 짧은 인터뷰를 갖는다. 이 관례성 인터뷰에서는 방문 소감 등 지엽적인 질의응답만 주로 오간다. 하지만 1988년 언론계에 입문해 30년 넘게 탐사보도 전문 기자로 이름을 날린 ‘베테랑’ 에이먼스 기자는 이날 7분간의 짧은 인터뷰에서 탄핵 조사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폼페이오 장관 본인의 연루 의혹 등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미 권력서열 4위인 폼페이오 장관을 쩔쩔매게 만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국무부 인사들이 왜 모두 사임했느냐”는 에이먼스 기자의 첫 질문 때부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이먼스 기자는 “당신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공격을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답변을 거부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3번이나 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은 “당신은 민주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냐”며 ‘수준 낮은’ 답변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먼스 기자의 투철한 직업 정신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댄 래더 전 ‘CBS 이브닝뉴스’ 앵커는 13일 트위터에 “그가 최정상급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다른 유명 언론인들도 “지역신문 지역방송의 취재력을 무시하는 중앙 언론의 편협함을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에이먼스 기자와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