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14분04초… 1분21초나 단축, 16년만에 래드클리프 넘어서
브리지드 코스게이(케냐)가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2019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14분04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코스게이는 여자마라톤 최초로 2시간15분 벽을 깨면서 16년 묵은 폴라 래드클리프의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을 갈아 치웠다. 작은 사진은 자신의 기록을 가리키고 있는 코스게이. 시카고=AP 뉴시스
여자마라톤에서 2시간15분 벽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브리지드 코스게이(25·케냐)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9 시카고 마라톤에서 42.195km를 2시간14분04초에 완주했다. 최초의 14분대 진입이자 폴라 래드클리프(46·영국)가 2003년 작성한 2시간15분25초의 세계기록을 16년 만에 1분21초나 앞당긴 것이다. 2위 아바벨 예사네(28·에티오피아·2시간20분51초)보다 6분47초나 빠른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코스게이는 시작 5km 지점을 15분28초에 끊으며 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15분28초는 올해 5km 로드레이스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스피드다.
코스게이는 “이런 기록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기에 너무 놀랍다. 이젠 2시간10분을 향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마라톤 풀코스를 뛴 코스게이는 2017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20분22초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시간18분35초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새 이정표로 타이틀을 지켰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코스게이는 남자부 엘리우드 킵초게(35)와 달리 공식대회에서 기록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킵초게는 12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이벤트 ‘INEOS 1:59 챌린지’에서 페이스메이커 41명과 각종 장비들을 동원해 1시간59분40초에 풀코스를 달리며 인류 최초로 2시간 벽을 넘었지만 공식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16년 동안 래드클리프의 기록은 여자마라톤에서는 ‘불멸’처럼 여겨져 왔다. 최근까지 2시간15분대는 고사하고 2시간16분대 기록조차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래드클리프는 2005년 자국에서 세계기록을 세울 때 케냐 남자 선수 8명을 페이스메이커로 내세웠다. 그들이 바람까지 막아 주며 세운 기록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IAAF는 2011년 “남성 페이스메이커 없이 뛴 경우에만 세계기록을 인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자마라톤 관계자들의 반발에 2개월 만에 없던 일로 했다. 현재 여자 선수들의 페이스메이커 활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조항이 없다. 이날 코스게이는 2명의 아프리카 남자 선수가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35km 지점까지 이끌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